中國風景 그리고 中國

중국 사천성 촉남죽해(蜀南竹海)

라파엘/표종환 2012. 9. 26. 11:17

[특파원 르포] 중국 사천성 촉남죽해 (蜀南竹海)

[특파원 르포] 중국 사천성 촉남죽해 (蜀南竹海)
비취빛 대나무숲에서 무변(無邊)의 바다를 본다
에덴호텔~관운정~관해루~묵계폭포 14km 트레킹
대숲속 오솔길 따라 중국 산촌 문화와 해우
세계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와 자본주의 체제가 대치하던 냉전의 시절이 있었다. 이 때 사회주의 진영의 한 축을 형성했던 중국의 폐쇄정책을 일컬어 ‘죽의 장막’이라 불렀다. 구소련의 폐쇄정책을 칭하던 ‘철의 장막’에 빗대어 중국을 표현한 말이다.

중국은 그때까지 오랜 시간 외부 세계와 교류가 단절된 탓에 대나무 외에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었다. 대나무가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가 된 것은 당시로서는 당연했다.

70년대 말 시작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개혁개방정책은 중국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 눈부신 경제 성장과 개발로 중국의 모습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나무는 중국을 대표하는 이미지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중국에서 국보(國寶)로 여기는 팬더의 주식도 다름 아닌 대나무다. 이렇듯 중국과 대나무의 밀접한 관계는 오랜 역사를 지녔다.

중국이 대나무의 나라로 알려진 것은 그만큼 자생지가 많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세계에서 사용하는 대나무 제품의 주요 공급원이기도 하다. 대나무가 잘 자랄 만한 온화한 기후를 지닌 땅이 중국에는 상당히 많다. 특히 기후가 온화한 중남부 지역에 대나무 자생지가 밀집해 있다.

사천성(四川省)의 촉남죽해(蜀南竹海)는 국가중점풍경명승구로 지정된 대나무 자생지역이다. 이곳은 절강성의 안길죽해(安吉竹海), 호북성의 함안죽해(咸安竹海), 귀주성의 노장죽해(老場竹海) 등과 함께 중국의 대표적인 대나무 산지로 알려져 있다. 총 면적이 120㎢로 우리나라의 한라산 국립공원과 비슷한 크기다. 500여 개 봉우리로 구성된 산악지대로 거의 전 구역에 대나무가 자생하고 있는 보기 드문 곳이다.

촉남죽해는 중국의 아름다운 숲 10곳 중 하나로 꼽는다. 보전이 잘 되어 있고 풍치가 뛰어나 AAAA급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다. 안개가 피어나고 햇볕이 들면 대숲 전체가 옥빛으로 변하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보면 대나무숲이 푸른 색 바다를 연상케 ‘죽해’(竹海)라 부른다.

촉남죽해는 음을 풀어보면 의외로 간단한 의미를 지녔다. 먼저 蜀 자는 사천성이 삼국시대 촉나라의 땅이라는 뜻이고, 南은 이곳이 운남성과 접한 사천성 남부라는 의미다. 竹은 중국의 대표적인 자생종이라는 뜻이며, 海는 대나무가 바다를 이루고 대나무 동산 사이에 바다 같은 호수가 있다는 의미다.

이곳에 자생하는 대나무는 남죽(楠竹)을 중심으로 면죽(面竹), 화죽(花竹), 나한죽(羅漢竹), 향비죽(香妃竹) 등 50여 종이 넘는다. 또 대나무 사이로 죽계(竹鷄)라고 불리는 조류와 죽청개구리, 탄친개구리 등 희귀동물도 살고 있다. 숲에는 죽손이라는 귀한 버섯과 죽순 등 음식 재료로 쓰이는 여러 가지 부산물이 자란다.
▲ 1.5km 바위벽에 그림을 새겨둔 천보채.
유명 관광지답게 많은 명소가 산재하고 있는 촉남죽해에는 모두 134곳의 명승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천황사(天皇寺), 천보채(天寶寨), 선우동(仙寓洞), 청룡호(靑龍湖), 칠채비폭(七彩飛瀑), 관운정(觀云亭), 비취장랑(翡翠長廊), 차화산(茶花山), 화계13교(花溪13橋), 고대 전쟁터를 10대 명소로 꼽는다. 이들 명소는 대부분 도로가 놓여 있어 차량을 이용한 답사가 가능하다.

중국 4대 대나무 자생지 가운데 한 곳


▲ 그림 6 '비취장랑'의 아름다운 모습
대나무 천국 촉남죽해로 가기 위해선 사천성 성도(成都)에서 여정을 시작한다. 성도는 중국의 삼국시대 때 촉나라의 수도로 오랜 영화를 누려온 곳이다. 이곳은 4개의 강(四川)이 흘러 물이 풍부한데다 땅까지 비옥해 작물이 잘 자란다. 게다가 적의 공격을 막기에 유리한 지형이라 한 나라의 수도로 삼기에 안성맞춤이다.

성도는 해를 보기 어려운 독특한 기후를 지녔다. ‘촉나라 개는 해를 보면 짓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맑은 날이 드물다. 사천에 미녀가 많은 것도 자외선이 적은 날씨 덕분이라고 한다. 기자가 포함된 한진-티앤씨여행사 답사팀이 사천성을 방문한 며칠 동안도 한결같이 날씨가 흐렸다.

오후 늦게 성도에 도착해 밤을 보내고, 다음날 아침부터 서둘러 촉남죽해 관문격인 의빈(宜賓)으로 향했다. 성도에서 의빈까지는 4~5시간이 소요되는 먼 거리. 땅이 넓다보니 300~400km 정도는 사실 멀다고 말하기 어렵다. 직선으로 뻗은 한적한 고속도로를 쉴 새 없이 달린다. 차창에 기대어 한참을 졸다보니 차가 고속도로를 빠져나간다.

의빈으로 가는 도중에 잠시 자공(自貢)이라는 곳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기로 했다. 이곳은 1942년 자류정(自流井)과 공정(貢井)이라는 마을을 통합해 만든 중국 제1의 소금 산지다. 바다도 없는 내륙에서 소금을 생산하는 흥미로운 곳이다. 이곳의 제염법은 대단히 독특한데, 깊이 1,000m 이상의 샘을 파서 지하 염수를 퍼올린 뒤 끓여서 소금을 만든다. 지금도 심해정이란 곳에서 재래식으로 소금을 생산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 제염법은 이미 4세기경부터 사용되던 것으로, 당(唐) 때에 상당한 규모로 확장되었다고 한다. 당시의 연생산량은 120만 톤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곳의 염업박물관에는 1,000m 깊이의 샘을 파는 당시의 채굴법과 소금 생산공정 등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지금도 자공에는 현대식 설비를 갖춘 제염공장들이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자공은 공룡화석 발견지로도 유명하다. 1982년 도심지에 주차장을 만들다 처음으로 화석이 발견됐으며, 그 자리에 그대로 박물관을 세워 1987년 개장했다. 이곳은 미국, 캐나다와 함께 세계 3대 공룡박물관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박물관 내에는 이곳에서 발굴된 실제 공룡화석을 조립해 세워두었다. 발굴 장소도 그대로 보존되어 있고, 아직도 땅 속에 많은 화석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공은 촉남죽해 가는 길에 반드시 들러볼 만한 곳이다.

자공에서 남쪽으로 70km쯤 떨어진 의빈은 중국의 대표적인 명주(名酒) 오량액(五粮液)의 산지면서 장강(長江)이 시작되는 첫 도시다. 촉남죽해로 들어가려면 반드시 이곳을 거친다. 도심지를 빠져나오니 도로변에 대나무가 터널을 이루고 있다. 누가 말하지 않아도 ‘대나무 바다’가 멀지 않았음을 직감할 수 있다.

30분 후 죽순 모양을 본떠 만든 건물이 인상적인 에덴호텔에 도착했다. 5성급 호텔로 중국의 유명 관광지 숙박시설 치고는 대단히 고급스러운 곳이다. 이곳에서 하루 동안의 긴 여정을 마쳤다.
▲ (왼쪽) 사람 얼굴을 닮았다는 인면죽. (오른쪽) 계단을 이루며 쏟아져내리는 자그마한 폭포를 바라보는 탐방객.
오가는 여정에 흥미로운 볼거리 많아

촉남죽해 탐방은 차량과 도보 이동이 모두 가능하다. 답사팀은 중국의 산촌 문화도 접해볼 수 있는 트레킹을 겸한 도보 답사를 선택했다. 당초에는 에덴호텔부터 시작해 관운정까지 걷기로 계획했다. 하지만 간밤에 내린 비 탓에 길 사정이 좋지 않아 중간지점까지 차량으로 이동했다.

대노촌이라는 마을을 지나 산길이 시작되는 곳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다랑이 논이 즐비한 전형적인 농촌 풍경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허물어질 듯 소박한 농가와 대나무숲이 사이좋게 공존하고 있다. 물소를 몰고 논갈이를 하는 농부의 모습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아쉽게도 안개가 짙다. 이곳 날씨는 안정성이 뛰어나 한번 좋으면 며칠 이어진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나빠진 날씨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대노촌이라는 마을을 거쳐 관운정(觀雲亭)까지 가는 길이 일차 난관이다. 희미한 안개 사이로 마을 뒤편에 솟은 산이 보인다. 이 산비탈을 올라야 관운정에 닿는다.

마을을 벗어나 투박한 계단길을 따라 산을 오른다. 등 뒤로 농촌 풍경이 서서히 가라앉아 구름 속으로 사라진다. 길은 점점 가팔라지고 심박수는 급격히 늘어났다. 길을 인도하고 있는 현지 가이드 아줌마의 얼굴에는 땀 한 방울 안 보인다.
계단을 조심스레 걷다보니 고사리가 지천에 널려 있다. 사람 키보다 큰 것도 눈에 띤다. 대나무만 많은 곳으로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키 작은 활엽수와 풀도 제법 많았다. 드물긴 했지만 소나무도 간간히 자라고 있었다. 아침 안개에 젖은 싱그러운 숲을 걷는 느낌이 상쾌하다.

가파른 계단길이 끝날 무렵 번듯한 건물 하나가 나타난다. 구름을 보는 곳, 관운정이다. 가파른 벼랑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이곳은 훌륭한 전망대 역할을 하고 있다. 산자락 아래로 다랑이 논 일색의 멋진 풍광이 펼쳐진다. 지나가는 구름 사이로 희끗희끗하게 보이긴 해도 그 규모가 엄청남을 알 수 있다.

관운정 뒤편의 짙은 대나무 밭 앞에는 찻길이 지나가고 있다. 관광객들은 차로 이곳까지 올라와 산 아래 경치를 조망하고 돌아간다. 그런데 이곳 이정표에 한국어 안내문이 붙어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아직은 한국 관광객이 많지 않은 곳인데도 지난해부터 이런 안내판을 설치하고 있단다. 촉남죽해 풍경구 관리국의 대외 홍보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찻길을 따라 동쪽으로 200m 정도 오르막을 오른 뒤 다시 오른쪽 샛길을 통해 숲으로 접어든다. 임도를 따라 걷다보니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짙은 대밭이 주변을 감싼다. 여기 저기 돋아나는 죽순을 찾는 재미도 쏠쏠했다. 다 같아 보이는 대나무지만 종류가 수십 가지라니 참으로 흥미롭다.
▲ 묵계 하산길의 답사팀. 계곡 전체가 대나무로 짙은 숲을 이루고 있다.
대숲과 벼랑을 지나 계곡으로 이어진 산길

이 임도는 촉남죽해 풍경구 내의 산촌마을 주민들이 다니는 마을길이다. 길옆에 이따금 민가가 나타난다. 개 짓는 소리가 요란한 집 앞을 지나는데, 두 사람이 나란히 앉아 뭔가를 만들고 있다. 인사를 나누고 가까이 다가가보니 대나무 뿌리로 만든 공예품을 조각중이다. 망치와 끌 하나로 매끈하게 마무리해내는 솜씨가 과연 예술이다.

마을길을 벗어나 좁은 숲길로 방향을 잡는다. 어디가 어딘지 구분도 안 되는 대나무숲 속을 줄지어 걷는다. 빽빽하게 자라는 대나무 때문에 시야가 좁다. 길 주변 30m 너머는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숲이 짙다. 이런 곳에서 길을 잃는다면 미로 속에 빠진 생쥐처럼 헤매고 다닐 수도 있을 것이다.

숲을 빠져 나오니 비취장랑(翡翠長廊)이라는 아름다운 도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완만한 비탈길 주변을 둘러싼 대나무숲이 옥색 그림자를 드리운 곳이다. 잠시 후 오른쪽으로 인면죽(人面竹) 가는 길이 보인다. 갈림길을 따라 200m쯤 들어가니 사람 얼굴 모양을 하고 있다는 대나무들이 모여 있다. 규모는 크지 않다. 상가가 밀집한 이곳에서 잠시 머물다 돌아나온다.
▲ 케이블카를 이용하면 대숲 위를 떠다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비취장랑 끝에는 휴가촌이라는 숙박단지가 있다. 이곳에서 식사하고 케이블카 종점인 관해루(觀海樓) 옆 산길로 내려선다. 답사팀의 오후 목적지는 묵계폭포로 이어지는 산길로 제법 가파르고 아찔한 구간이 포함되어 있다. 케이블카 밑의 대나무숲을 통과하니 길은 벼랑 밑으로 뚝 떨어진다. 댓잎이 수북이 쌓인 급경사의 좁은 계단은 보기에도 아찔하다. 이곳은 정규 탐방로가 아닌지라 특별한 안전장치도 없다. 하지만 차로 명소를 돌아보는 지겨움에 비하면 약간의 이런 스릴은 차라리 고마운 일이다.

위험스런 계단을 통과해 소로를 빠져나가니 이제 번듯한 탐방로가 기다리고 있다. 자로 잰 듯 정확한 규격의 돌을 깔아 만든 산길을 따라 묵계폭포 위 벼랑을 가로지른다. 바위벽 속으로 파고 들어간 길은 동굴처럼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아래쪽은 푸른 대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고, 길 바깥쪽 위에서는 폭포수가 떨어진다. 절벽 주변 위험지대에는 높은 돌담을 쌓아 아예 탐방객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 장엄한 모습의 묵계폭포. 평소에는 수량이 그리 많지 않다.
절벽을 가로지른 산길은 곧장 아래를 향해 곤두박질친다. 물론 모든 구간은 계단으로 잘 마무리되어 있다. 하지만 습기를 머금은 붉은 돌은 보기보다 미끄럽다. 조심스레 발길을 옮기는데 저기 계곡 건너편으로 운행 중인 케이블카가 보인다. 알록달록한 곤돌라가 나란히 오르내리는 모습이 대나무 바다 위를 떠도는 조각배처럼 보인다.

급사면이 끝날 즈음 오른쪽으로 묵계폭포(墨溪瀑布)가 위용을 드러냈다. 100m는 족히 될 듯한 높이의 벼랑 위에서 계곡물이 흩뿌리고 있다. 장마철 비가 내린 직후에는 엄청난 소리를 내며 폭포수가 떨어져 장관을 연출한다. 폭포 이후 계곡을 따라 이어진 탐방로를 타고 하산했다.

묵계 하산길은 대나무숲의 연속이었다. 별다른 조망을 기대할 수 없는 계곡길이다. 그래도 푸른 그늘 아래 숨어 있는 작은 계단식 폭포들은 볼만했다. 푸근한 분위기의 산속을 빠져나오니 계곡 초입에 커다란 문이 서 있다. 묵계로 들어가는 정문이다. 4시간 반 가량 이어진 트레킹은 이곳에서 끝을 맺었다.

단순한 풍광의 연속인 대나무숲 트레킹은 자칫 지루해지기 쉽다. 하지만 이번에 답사한 촉남죽해 트레킹은 숲과 계곡, 폭포, 절벽을 골고루 섞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코스였다. 한 굽이 돌 때마다 나타나는 스케일 큰 명소를 보는 재미도 남달랐다. 트레킹 후 산중 호수 해중해(海中海)에서 즐긴 대나무 뗏목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곳이 아니면 볼 수 없는 진귀한 대나무 요리를 실컷 맛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트레킹 가이드
대숲, 절벽, 폭포, 협곡이 조화 이뤄

촉남죽해 트레킹은 봄철 우기만 빼면 사철 언제든 가능하다. 겨울에는 가끔씩 눈도 내리므로 대나무숲 설경을 감상할 수도 있다. 헌데 이곳 사천성 지역은 겨울철에도 난방을 거의 하지 않는다. 특급 호텔도 마찬가지. 가을 날씨 같은 선선한 기후지만 밤이면 기온이 뚝 떨어져서 춥다. 겨울은 물론이요, 봄가을에도 추위에 대비를 철저히 하는 것이 좋다.

트레킹 코스는 에덴호텔에서 출발하는 것을 기준으로 할 때 총 14km로 6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중간에 경유하게 되는 관운정, 관해루, 묵계입구에서 찻길과 만나게 된다. 체력이나 몸 상태를 고려해 이들 기점을 중심으로 적당히 코스를 구성할 수 있다.

호텔에서 관운정까지는 중국 농촌 문화를 근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구간이다. 농가 앞마당과 논두렁을 따라 걷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관운정에서 관해루 사이는 전형적인 대숲을 경험할 수 있는 구간이다. 군데군데 산촌 민가도 있어 주민들과 접할 기회도 많다. 관해루에서 묵계폭포 구간은 가파른 바위벼랑과 계곡길이 매력적이다. 제법 험한 곳도 있어 노약자는 약간 버거울 수 있다.

이 트레킹 코스는 한진티앤씨여행사가 개발해 몇 차례 답사를 마쳤다. 중국 최고의 대나무숲을 몸소 경험하려면 이 여행사를 통하는 것이 손쉽다. 시기와 인원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10인 이상 단체 기준으로 90만~95만 원이면 탐방이 가능하다. 문의 02-733-0125, 774-0840 한진티앤씨.

촉남죽해의 별미 대나무 요리
먹지 못하는 것은 없다

대나무로 만들 수 있는 요리가 몇 가지나 될까? 끝도 없이 식탁을 채우는 접시들, 상상을 초월하는 대나무 음식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죽순은 기본이고, 꽃, 껍질, 버섯, 잎 등 모두가 먹을 것이 된다. 촉남죽해에 왔다면 중국이 아니면 불가능할 대나무 요리의 향연을 놓칠 수 없다. 고급 음식점에는 북경의 만한전석(滿漢全席)을 흉내낸 죽해죽전석(竹海竹全席)이란 대나무 요리 코스가 있다. 이곳에서는 평범한 식당에서도 다양한 대나무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자공(自貢)
중국 제일의 소금 도시

당나라 때부터 염도(鹽都)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소금의 도시. 지하 1,000m 깊이의 우물에서 퍼올린 염수로 소금을 만들어 내는 모습이 이색적이다. 낙차로 생긴 충격량을 이용한 이들의 우물 파는 방식은 훗날 석유시추기술의 토대가 되었다고 한다.

현재 심해정에서 옛 방식 그대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소금을 만들기 위해 염수를 끓일 때 사용하는 가스도 지하에서 생산된 것을 사용한다는 점은 놀랍다. 만약 가스가 나오지 않았다면 땔감도 구하기 어려운 이 황량한 도시에서 소금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이곳에 가면 천연가스를 이용한 근대 공업의 시초를 볼 수 있다.

의빈(宜賓)
장강의 시작…명주 오량액(五粮液)의 고향

장강은 황하와 함께 중국을 대표하는 강이다. 이 장강이 시작되는 곳이 바로 촉남죽해 가는 도중 만나는 도시 의빈이다. 도심 한가운데 두 강이 만나 6,000km 장강을 이루는 합수머리가 있다. 서쪽에서 흘러온 푸른 물의 민강(岷江)과 황토 빛 금사강(金沙江)이 몸을 섞으며 상해를 향한 긴 여정을 시작하는 곳이다. 의빈의 합수머리에 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장강을 상징하는 번쩍이는 조형물도 세워뒀다.

의빈은 대표적인 명주(名酒) 가운데 하나로 꼽는 오량액(五粮液) 주조장이 있다. 이 술은 수수·쌀·찹쌀·옥수수·밀 등 5가지 곡물을 재료로 한 곡주다. 알코올 도수는 60% 전후로 매우 독하지만 맛은 부드럽다. 색깔은 맑고 투명하며 향기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지미 카터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등소평이 만찬 자리에서 내놓아 세계적으로 알려졌다. 공장을 방문하면 오량액 시음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