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르포/중국 천산] 천 개의 봉우리가 빚은 ‘동방의 진주’ 중국 동북지방 3대 명산…200여km 뻗은 큰 산 | ||||||
가도 가도 땅끝은 보이지 않는 넓고 넓은 대륙, 그곳에 높지는 않지만 우뚝한 코 등잔처럼 솟은 천산(千山)이 시원스럽게 눈앞에 펼쳐진다. 예부터 고구려, 발해의 영토였으며, 서기 211~1911년까지 동북지역의 정치, 경제, 군사의 중심지였고, 현재는 한국과 중국 사이에 많은 교역과 문화 교류가 이루어지 있는 요녕성(遼寧省)의 명산이다. 천외천(天外天)에 올라서니 중국인 남녀 두 명이 올라와 있다. 처음으로 마주친 사람들이다. 복장을 보아서는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 듯하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올라와 있는 두 남녀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그들 눈에 비친 우리 모습은 과연 어떨까?천산은 요녕성 중부(동경 122°10′~123°13′, 북위 40°27′~41°34′)에 위치한 안산시(鞍山市) 동남부 20km 외곽에 자리 잡고 있다. 중국 동북지방 3대 명산으로 옛날에는 적취산(績翠山)이라 불리다, 명청 때부터 1천 개의 봉우리라는 뜻이 담긴 천정산(千頂山), 천화산(千華山), 천타연화산(千朶蓮花山)이라 불리기 시작했다. 이 산은 999개 봉우리가 있는데 그 수가 천에 가깝다 하여 지금 이름으로 굳었다. 천산은 백두산에서 뻗은 한 지맥으로 남~북~서~남 방향으로 요동반도를 따라 200여km나 길게 이어져 있다. 산지 총면적도 125㎢에 달하는 큰 산괴다.
산림비율 97%에 달하는 뛰어난 자연경관 작년 우중에 고생하며 천산 정상인 선인대(785m)를 올랐으나 실망했던 기억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두 번째 방문인 만큼, 말로만 듣던 ‘동방의 진주’의 진면모를 기대했다. ‘요동제일산(遼東 第一山)’ 이라 쓰인 천산 정문은 산만큼이나 시원스럽고 웅장했다. 연평균 기온이 6~11℃로 7월이 가장 덥고 1월이 가장 춥다. 2월 마지막 주의 찬 바람은 코끝을 시리게 만들었다. 아직 찬 바람이 불어서인지 산을 찾는 중국인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입장료는 40위안(5,200원)으로 중국 물가를 생각하면 터무니없이 비싼 편이다. 이번이 네 번째 방문인 이구씨(거인산악회 등반대장)씨가 예전에 안내해준 가이드를 찾으니, 그녀는 웃음으로 일행을 반겼다. 우리가 희망하는 탐방 코스에 대해서 물었더니 눈이 아직 쌓여 있다며 난색을 표한다. 세련된 흰 색 롱코트에 부츠를 신은 그녀. 가이드 교육을 받기는 했으나 우리가 생각하는 산행과 탐방을 이해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산을 보고 싶다는 의향을 내비치자 일반적인 가이드 비용보다 훨씬 비싼 500위안(65,000원)을 요구한다. 흥정 끝에 우리 일행은 400위안(52,000원)을 주기로 하고 한껏 멋을 부린 가이드를 따라 나섰다. 1999년 천산을 문명 풍경관광구 시범소로 지정해서인지 정문을 지나면서부터 도로 양편으로 상록수들이 빽빽이 늘어서 있다.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산림비율은 13%에 불과하며, 1인당 평균 삼림 보유면적은 0.114ha로서 매우 낮은 편이다. 하지만 천산은 산림비율이 97%에 달해 전국 풍경구의 첫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천산의 선인대 풍경구는 국가산림공원으로 지정돼 있다고 한다. 천산의 풍경은 사계절마다 다르다. 봄의 배꽃, 여름의 연꽃, 가을의 단풍, 겨울의 백설이 다양한 자연을 연출한다. 자연분포에 따라 중남부경구(中南部景區), 대불경구(大佛景區), 서해경구(西海景區), 어람산경구(御覽山景區) 등 4개 구역으로 탐방로가 구분된다. 우리는 서해경구에 속한 제2봉이 있는 오불정(五佛頂)을 답사하기로 했다. 중국의 5대 불교성지 중 한 곳
풍경탑을 지나 무량관(无量觀)에 올라섰다. 그곳에서 위압적인 모습의 청년들이 사찰 입장료를 5위안씩 징수한다. 무량관에서 바라본 천산의 기암과 봉우리들은 마치 천 송이의 연꽃이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1,400년 전 북위 시기에 불교는 이미 천산에 전해졌고, 수당 시기에는 불교 사찰인 대안사(大安寺), 중회사(中會寺), 향암사(香岩寺), 조월사(祖越寺), 용천사(龍泉寺)가 지어졌으며, 명청 시기에는 도교 사찰인 오용궁(五龍宮) 등이 들어서 현재는 5대 선림, 9궁 8관 12개 암자가 산기슭마다 옹기종기 자리 잡았다. 천연요새처럼 생긴 천산을 중국인들은 중국 5대 불교성지의 하나로 꼽는다. 희뿌연 안개 사이로 대불탑의 실루엣을 뒤로하고 우량관을 벗어날 때쯤 가이드가 건물 뒤 바위틈의 소나무를 가리킨다. 500년 된 가련송(可憐松)이란다. 하지만 너무 작아 보이는 것을 보니 중국인 특유의 허풍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도 잠시 바위틈으로 계단이 조밀하게 놓여져 있는데, 아직 녹지 않은 눈이 빙판을 이루었다. 가이드는 더 이상 이곳으로 못 올라간다고 한다. 하기야 옷이나 신발을 보아서도 올라가기에는 무리다. 이구 대장이 허허 웃더니 “우리가 원했던 산행이네. 이제부터 산행의 묘미가 있을 것 같은데”하며 배낭을 내려 손에 잡고 조심조심 앞장을 선다. 덩치 큰 사람들은 배낭을 메고 올라서기에 바위틈이 너무 비좁다. 이곳이 일선천(一線天)으로, 가느다란 선처럼 바위와 바위틈 사이로 햇빛이 들어오는데, 5월이 가장 가느다랗고 예쁘다고 한다. 이곳은 교육을 받을 때 올라와 봤고, 이번이 두 번째라며 가이드는 낑낑거리며 뒤따랐다. 좁은 바위틈 20여m를 빠져 나오니 시원스럽게 트인 암릉 구간이다. 위험한 구간은 간혹 가다가 쇠 난간을 설치했으나 벼랑길은 아니다. 올라서면 올라설수록 천산의 중남부경구 안의 선인대가 시원스럽게 눈에 든다. 조그마한 암자 하나가 솟구쳐 오른 기암절벽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다. 무릉도원이 따로 없다. 중국인들은 이곳저곳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좋아해서인지 나무마다 바위마다 이름을 붙여 놓았다. 와호봉(臥虎峯)은 글자 그대로 호랑이가 엎드린 모습 그대로였다. 산행하면서 들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통해 중국인들의 생각과 생활들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고 깔끔하게 깔린 화강암 계단을 오르내리며 양심대(養心臺)에 올라섰다. 서쪽으로는 능선마다 봉우리요 동쪽으로는 천산 아랫마을이 눈에 들어온다. 이곳에서 넓게 펼쳐진 중국 대륙의 광활한 공기를 마셔본다. 좌우로 펼쳐진 시원스러운 풍광을 바라보며 약간 지겹게 계단을 오르내렸다. 잠시 후 멀리서 바람에 옷깃이 날리는 기이한 풍경이 망원렌즈에 역광으로 잡혔다. 처음에는 사람이 앉아서 참선하는 걸로 착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직접 가까이 가서 확인해보니 바로 오불정(五佛頂) 정상이었다. 당나라 태종 이세민(李世民)이 스님들과 함께 오불정에 올랐는데, 나무 한 그루 없고 부처님 머리처럼 솟아 오른 것을 보고는 다음과 같은 시를 읊었다고 한다. 이곳을 불두산이라 이르거늘 정상에는 부처가 없네. 어찌 부처를 청하여 불두산임을 보여주지 않는가 此約佛頭山(차약불두산) 無佛在山?(무불재산전) 何不請佛至(하불청불지) 證明佛頭山(증명불두산)
그러나 무불재산전에서의 무(無) 자를 중국어 발음이 비슷한 오(五) 자로 잘못 들은 스님들은 멀리 소림사에 가서 다섯 개의 불상을 옮기려 했으나 옮기는 도중 많은 사람들이 다치고 도망가버려 스님들만 남게 됐다. 결국 스님들은 빈손으로 오불정에 와서 서글피 목 놓아 우는데 하늘이 그 정성을 지극하게 여겨 그들이 흘린 눈물로 5개 불상을 만들어 주었다는 전설이 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불상은 훼손되고 3개만 남아 이것들은 인근 사찰로 옮겨졌고, 지금 남아있는 것은 1990년대 정부에서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일행은 이곳 오불정에서 하산하기로 했다. 20여 분쯤 내려오니 오불정 케이블카가 있다. 이곳을 우측으로 끼고 급경사를 내려오니 골짜기다. 천산의 암릉과는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오늘은 오불정 케이블카가 운행하지 않지만 계곡 분위기는 케이블카를 타고 바라보는 것이 부럽지 않은 묘한 분위기다. 하산지점인 백 가지의 새들이 있다고 하는 천산백조원에 도착하니 어느덧 5시간의 산행시간이 훌쩍 흘러가 버렸다. 여행 정보 선박 이용 대련에서 접근 가능 천산을 방문하기 위해서는 항공편과 선박을 이용 할 수 있다. 항공편은 요녕성 성도인 심양까지 인천공항에서 국내 항공사와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고, 이곳에서 70km 떨어진 안산까지는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시간 여유가 있고 색다른 경험을 하고 싶다면 인천항에서 대련항까지 선박편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인천항에서 화, 목, 토 17:00, 대련에서는 월, 수, 금 15:30에 출항하는데, 인천에서 출항할 경우 선상비자를 20달러에 받을 수 있다. 선상 비자를 받을 경우 여권 또는 증명사진을 지참해야 한다. 대련에서 안산(약 3시간 소요)까지는 고속버스를 이용하는데, 버스터미널에는 여러 회사의 버스가 있어서 타고자 하는 버스의 매표소를 잘 확인해야 한다. 명소 탕강자 온천 천산을 끼고 있는 안산시는 철강도시이면서 동시에 온천으로도 유명하다. 탄강자 온천은 60여 종의 광물질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72℃ 라듐성분의 고온 온천이다. 예부터 전쟁이 많던 시기에 다친 병사들의 상처를 머드팩으로 좋은 효과를 보았다고 한다. 당 태종과 마지막 황제 부의 등 고대 황족들이 즐겨 찾았으며, 국민당 시절에는 군사령부가 있었다. 현재는 중국 4대 건강회복센터인 양강자요양원(暘崗子療養院)이 있는데, 한국인 이강춘(李康春) 사장이 1995년부터 의료호텔 및 온천 사우나인 옥천관호텔(0412-2410242)을 운영하고 있다. |
[특파원르포/중국 천산] 천 개의 봉우리가 빚은 ‘동방의 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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