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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武當山(무당산) 도교성지

라파엘/표종환 2012. 9. 25. 19:19
중국 무당산(武當山)] 도교 성지에서 기를 받아볼까나

[중국 무당산(武當山)] 도교 성지에서 기를 받아볼까나

태평천국의 난과 신해혁명의 무대 호북성 성도 무한
장강 중류, 동정호 북쪽에 있는 호북성(湖北省)에는 성 남쪽에 호수가 많아서 '천호(千湖)의 성'이라고도 불린다. 호북성 하나의 크기가 우리나라(남한) 면적의 거의 2배에 달하며, 거주인구는 6,200만 명 정도다. 무당산(武當山), 신농가(神農架), 삼협풍경구 등 볼 만한 곳이 많으며, 성도(省都)는 무한(武漢)이다.

무한은 중국 6대 도시 중 하나로, 중국 중부의 교통 요지다. 동서로는 상해와 중경을 연결하고, 남북으로는 북경과 광주를 연결하는 교통요지로서 예로부터 구성통구(九省通衢)라 불렸다. 그런 만큼 역사적 무대에서도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데, 1852년의 태평천국(太平天國)의 난과 1911년의 신해혁명(申亥革命)의 무대가 됐다.

지난 4월 초 대한항공 직항편으로 인천에서 무한에 도착한 후 호북성 관광전시회장과 시내 유서 깊은 곳을 찾아갔다. 무한시는 무창(武昌), 한구(漢口), 한양(漢陽) 세 지구로 되어 있는데, 한구는 그 중 상업과 교통이 가장 발전한 곳이다. 주요한 볼거리로는 호북성 박물관을 비롯하여 황학루(黃鶴樓), 동호(東湖), 무한장강대교(武漢長江大橋), 신해혁명무창기의기념관, 장춘관(長春觀), 귀원사(歸元寺), 고금대(古琴台) 등이 있다.
▲ 정상에서 내려다 본 산중턱의 도교사원


72개 봉, 36개 기암, 11개 동굴

무당산은 과거에 태화산(太和山)이라 불리던 곳으로, 오늘날 중국 최고의 도교 성지(聖地)다. 무당산에서는 심오한 도교 문화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으며 웅장한 규모의 도교 사원을 볼 수 있다. 또한 소림 무술과 쌍벽을 이루는 무당 무술의 발원지여서 다채로운 무술 공연도 관람할 수 있다.

무당산에는 72개 봉우리와 36개 기암, 11개 동굴 등이 있다. 봉우리는 기이하고 협곡은 험하며, 산세는 수려하다. 가장 높은 봉우리는 천주봉(天柱峰)으로 해발 1,612m인데, 이곳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기기묘묘하게 생긴 봉우리들이 모두 천주봉을 향해 서있다. 일출이나 일몰 시 더욱 신비스런 모습을 자아낸다고 하며 도교 성지라서 그런지 때때로 푸른 기운이 감돌기도 한다.

무당산 남쪽에는 중국 시조 중 한 사람인 염제(炎帝) 신농씨(神農氏)가 농사도 짓고 약초도 캤다는 신농가(神農架)가 있다. 중국에서 희귀한 한약재의 원료가 되는 식물이 무당산에서 많이 자란다고 한다. 무당산에서 멀지 않은 고융중(古隆中)에서는 삼국 시대 영웅인 제갈량이 살았던 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또한 삼국지에서 큰 전투가 벌어졌던 적벽대전이 펼쳐졌던 곳도 약 300km 지점에 있다.

무당산은 도교를 믿는 사람들이 수도하는 산이므로 곳곳에서 경건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정상으로 오르는 데 힘은 들지만 막상 도착해 주변을 내려다보면 감격에 가슴이 한결 벅차다. 오르는 중간에는 이름난 도교사원들과 휴게소가 있어 심심하지는 않다.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 부근까지 오를 수 있는데 워낙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므로 성질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지쳐버린다. 당일 코스로 가는 사람도 많지만 제대로 보려면 3일은 필요하다.

정상인 천주봉을 향해 이어지는 산길은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중국인들이 줄을 지어 오른다. 산길은 돌계단으로 깔려있어 신발에 흙을 묻히지 않고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상당히 가파르기도 한 산길에 일일이 돌로 계단을 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긴 만리장성도 만든 중국인이니 이것은 그들에겐 아무 것도 아닐 것이다. 가까운 거리는 계단을 밝고 올라가는 것이 좋지만 먼 거리는 오히려 더 힘이 든다. 발이 걸려 넘어질 위험도 있다. 산길 입구에는 가마꾼들이 있다. 이들은 손님을 태우고 태워다 주는데 타는 사람을 보면 노약자보다는 새로운 경험을 원하는 사람이 많다.
도교 최고 신 신무대제가 태어난 곳
목조건축양식을 표현한 청동건물

중국에서 무당산이 유명한 것은 도교의 중심지이기 때문이다. 도교에서 최고로 받드는 신인 진무대제가 이곳에서 태어났다고 믿는다. 산속에서는 아름다운 자연풍경과 더불어 많은 도교 사원들을 볼 수 있는데, 아득한 옛날 도교가 성립된 이후 무당산은 도를 수련하는 최고의 장소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한 때 공산화와 문화대혁명으로 도교는 사라질 위기에 몰린 적도 있었으나 지금은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전설에 의하면 당나라 때 이곳을 다스리던 태수 요간이 무당산에서 기우제를 지내다가 다섯 마리 용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을 보고 비를 내려 달라고 빌었더니 곧 비가 내렸다. 그래서 이 산에다 오룡사(五龍詞)라는 사당을 세웠다고 한다. 그 후 송 때에 이르러 그 규모가 더욱 확장됐으나 원나라 때 침입한 몽골족에 의해 사원 상당수가 파괴됐다.
▲ 엄숙한 도교의식을 행하는 신도들


그러다가 명나라 영락(永樂) 10년(1412)에 군대와 인부 30여만 명을 동원시켜 무당산에 장려한 도교사원을 지었다. 12년에 걸쳐 북쪽 쟁락궁에서 정상의 천주봉의 금전에 이르끼까지 총 8개 궁(宮)과 2개 관(觀), 36개 암자와 72개 사찰, 그리고 12개 정자와 10개 사당 등이 세워졌다.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많은 건물들이 파괴되어 부서진 채 방치되고 있다. 하지만 건물 129개동이 온전하게 남아있으며, 1994년 12월 유네스코에 의하여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됐다. 유네스코가 이렇게 선정한 이유는 중국 명·청대의 예술적 건축적 성취물의 표본으로 종교적 세속적으로 핵심을 이루는 궁전과 사원의 복합유적군이라는 점, 무당산의 경사면 계곡에 위치해 있으며 명왕조 때 조직적으로 건립됐다는 점, 1천 년동안 중국 예술과 건축의 최고 수준을 잘 반영해 준다는 점 등이다.

그림같이 아름다운 무당산 기슭에 위치해 있는 고대건축군은 명나라 통치기간에 더욱 큰 규모로 발전했는데, 일부 도교 건축물은 기원 7세기에 지어진 것도 있다. 이런 건축물은 약 천년간 중국 예술과 건축의 최고 수준을 대표하고 있는 것이다.

무당산에 있는 주요한 건축물을 살펴보면 산속에 있는 전각으로서는 금전, 태화궁, 자소궁 등이 있고, 도교 사원으로는 북진관, 원화관 등이 있다. 특히 해발 1,612m의 천주봉 꼭대기에는 무당산에서 가장 유명한 금전, 즉 금으로 만든 도교궁전이 있다. 명나라 영락제가 명령해 지은 건물이다. 방문 당시 많은 중국인들이 이 앞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었으며, 일부 사람은 부자가 되게 해달라는 뜻에서인지 지폐나 동전을 건물 벽쪽에 넣기도 한다.

금전에는 금도금을 한 건축자재가 많이 쓰이고, 지붕에는 선인(仙人)이나 새와 동물 장식이 배치되어 있다. 입구에는 커다란 학도 두 마리 배치되어 있고, 내부에는 구름 등의 그림 무늬가 그려져 있다. 500년 이상 된 건물로 느껴지지 않을 만큼 화려하다. 금전은 무당산 제일의 건물일 뿐 아니라 중국에서 자랑하는 건물이다.
▲ 절벽에 세워진 남암궁 가는 길 절벽에는 커다란 한자들이 새겨져 있다.


금전 안에는 진무대제 등 청동 신상 5구가 모셔져 있다. 금전 내부에 안치된 진무대제의 동상은 당당하다. 진무대제는 갑옷 위에 두루마기를 걸치고, 머리를 묶었으며, 발은 맨발이고, 용모는 늠름하다. 양쪽에 금동과 옥녀가 모시고 서 있다. 너비가 5.8m, 안 길이 4.2m, 전체 높이가 5.5m이며, 2중 팔작지붕으로 되어 있다. 12개 측면 기둥 밑에는 연꽃 장식을 새긴 초석을, 기둥 위에는 대접 받침을 썼으며, 기둥·도리·천장·문짝에는 운륭 등의 문양을 주조했고, 지붕에는 시문(용머리 장식 기와)과 같은 장식 기와를 얹었으며, 처마는 서까래로 떠받치는 등 청동을 주조·도금한 건물이면서도 목조 건축의 세세한 부분까지 표현한 호화로운 건축이다.

천주봉 정상부에 아슬아슬하게 터를 잡은 태화궁은 중국에서 으뜸가는 도교사원이다. 정전을 위시한 여러 채의 사원과 큰 종루가 자리한다. 정전 오른쪽 아래의 황경당은 난간이나 문에 도사가 생생하게 부조되어 있다. 이들 건축군은 가파른 바위 아래 절묘하게 배치되어 있고, 산 밑에는 자주 운해가 펼쳐진다. 태화궁은 명나라 영락 14년에 창건됐다. 정전에는 편액이 걸려 있고, 앞에는 조배전, 좌우에는 종루·고루가 서 있다.
자소궁 밖에선 무당 무술 시연
남암(南岩)은 수목이 우거지고 깊은 계곡의 절벽에 매달려 있다. “길 남쪽 벼랑에 들어서면 경치가 더욱 그윽하다”고 일컬어질 만큼 이곳은 산중에서 가장 경관이 좋은 곳이다. 명대에는 많은 전각이 세워졌으나 현존하는 것은 남천문과 비각, 양의전, 석전, 원군전의 유구에 남은 옥황상 등이다. 남암은 우당산 관광 거점이며 버스도 여기가 종점이다. 숙박시설, 식당, 선물용품점 등이 갖추어져 있다.
▲ 진무신상이 모셔진 웅장한 도교사원


자소궁은 중국 도교의 총본부 같은 곳인데, 찾아갔을 때 내부에선 4명의 여자 도인들이 특별히 의식을 거행하고 있었다. 진무대제 앞에서 도인들은 서서 스님이 염불을 외듯 경전을 조용히 읽는다. 중간 중간에는 엎드려 절을 한 번씩 한다. 자소궁 바깥으로 나가니 앞마당에선 무술 공연이 펼쳐지고 있었다.

무당산은 중국 고유의 무술로 유명하다. 불교의 영향을 받는 소림사의 무술과는 달리 무당 무술은 도교의 영항을 크게 받는다. 무당 무술은 참선을 하는 것처럼 약한 듯 느린 가운데 더 강한 것이 특징이다. 무술 공연에는 흰 색, 청색의 도포를 입고 상투를 틀어 올린 도인들 모습이 인상적이다. 음악과 함께 관광객을 위한 무술 시범 중에는 날카로운 창 끝에 사람이 올라서도 찔리지 않는 묘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또한 손가락 두 개로 물구나무서기를 하는 모습, 목에 끈을 매달아 버티는 모습, 몸이 고무줄인양 두 다리가 접히는 모습 등을 보여준다.

무당파는 억울하게 소림사에서 나온 장삼봉이 세운 문파로, 짧은 시간에 소림과 더불어 무림의 양대 산맥으로 불릴 정도로 급성장했다. 무당 무예는 소림사와는 달리 부드러움을 위주로 하고 특히 검법에 강하다. ‘무당비공’이라는 책에는 여러 무술에 대한 설명이 있는데, 태극권도 그 중 하나다. 태극권(太極拳)은 중국에서 유래된 무술의 한 가지로 도교의 태극사상에 근거하고 있다.

여기서 태극이란 우주만물의 생성과 변화의 근본원리로, 이것이 다시 팔괘, 64괘, 삼라만상으로 갈라진다. 태극권은 이러한 원리에 근거하여 우주 자연의 근본적 에너지인 기를 받아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처럼, 또는 계곡을 흘러내리는 시냇물처럼 부드럽고 우아한 동작 속에서 무예를 이루어 간다.

기라는 것은 한 마디로 살아있는 생체에너지로서, 이 우주만물이 기 아닌 것이 없고 모든 생명현상의 근원을 이룬다. 인간도 이 기에 의해 태어나고 활동하며 생노병사가 모두 기의 운화에 따라 이루어진다.

태극권의 기원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으나 그중 지금으로부터 약 800년전 태극권의 시조라 일컬어지는 장삼풍이 무당산에 은거하면서 도교의 선인으로부터 배운 데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태극권은 인간의 몸에 흐르는 기의 순환을 북돋아서 유연하고 건강하게 하며, 마음을 고요하고 평안하게 하여 무병장수로 이끌어 주게 된다. 각종 공해와 바쁜 생활, 그리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태극권은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켜주는 소중한 재산이 될 것이다.
▲ 호북의 명산인 무당산


중국의 도교 사원들은 대부분 깊은 산속에 자리한다. 손님이 오면 향기 좋은 차로 대접하는데, 도인들은 평소 차나무를 가꾸는 것을 일종의 낙으로 삼는다. 중국에서 발원한 도교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살생을 금하기 때문에 주로 채식을 하고 자극적인 냄새의 음식도 금한다.

무당산의 진무조각상 옆에는 육식와 술을 피하라는 편액도 걸려 있다. 평소 도교 사원을 방문하면 채식을 맛볼 수 있으나 음력 3월과 9월에는 더욱 풍부한 채식을 맛볼 수 있다.